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15 ]

책이 사람을 만든다. 이희호에게 물으면 조금 다르다. "책이 대통령도 만든다' 라고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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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기자
기사입력 2019-11-19 [20:23]

 

이희호 없었다면 DJ가 대통령 되었을까? [ 15 ]

손에서 책을 놓지말라, 젊음이 녹슬지 않는다

    대한민국 아내들이 이희호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적절치 못한 평가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 넉두리는 자기만    

                   유독 혹독한 배려를 받았다는 엄살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두터운 인습의 벽 속에서 재빨리 빠져

                   나와 마음을 항상 맑게 유지하여야  한다. 

 

   

▲  DJ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부인 이희호에 대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이희호에 대한  존경에도 변함이 업었는데 이희호는 어떻게 해서, 대통령인 남펴에게서도 존경 받고 살았을까?      © 운영자

 

      문화에서 오락으로

 미국에서도 1950년대까지는 여자의 성공을 남성모방의 하나로 평가절하할 만큼 여자의 존재 내지는 능력이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 당시까지도 미국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기껏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었다.

 간호원,  비서, 또는 학교 선생님이 고작이었다.         

 여자의 권리가 세계 제일이라는 미국이 그랬을 때 한국은 오죽했겠는가?

 1950년대의 한국이라면 여자의 평균 학력이 중학교 졸업도 아니었다. 국졸은 수두룩했고, 미취학으로 문맹이 된 한국인은 그보다 더 많았다. 

  현재 한국 여성의 학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달해 있으면서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교육은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선 학력이 높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의식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교육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책 안 읽기는 결혼을 하고 나면 더욱 극심해진다.

 결혼은 아예 교육과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책은 교육이면서 문화이다. 결혼한 여자를 계속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책이 제공하는 문화와 지식과 지혜이다.  

 잡지왕국 소리를 들으며, 8가지의 월간지를 발행하던 여원의 잡지 가운데 월간 ‘신부’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웨딩매거진이었다. 그 ‘신부’는 우리나라의 결혼문화를 바꾸고, ‘여원’이 그렇듯 이 나라 여성들의 운명을 바꿔놓고자 했다. 

그래서 시작한 야심적 캠페인이 “결혼할 때 혼수감으로 책장 가지고 가자”였다.  

 ‘혼수 목록 제1호는 책장으로 하자’는 광고를 신문에 여러차례 실리기도 했고, 발행인 김재원이 매일 하는 TV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혼수감 1호는책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80년대 한국 가정에는, 아무리 가난해도 세가지는 꼭 있었다. 냉장고, 텔레비전, 화장대다. 

 ‘신부’는 결혼할 때 세가지 가운데 화장대 대신 책장을 가져가거나 이불장과 겸용 책장을 만들자는 켐페인을 여러 해 벌였는데 찬성하는 여성은 많았으나 받아들이는 시댁 쪽이 별로 없었다. 

 여자는 결혼하면서 책과 멀어진다. 

 점점 멀어질수록 사회와 멀어지면서 사실은 남편과도 멀어진다는 이 오묘한 거리감을 당사자인 여성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결혼한 여성들이 책과 멀어진다는 것은 문화와 멀어짐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텔레비전 등의 영상 매체하고는 가까워지는데, 최근까지, 그러니까 21세기초까지도 영상매체는 문화라기보다는 오락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한국 여성들은 결혼하면 문화와 멀어지면서 오락하고만 가까워진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던 시대이다. 

 

      슬픈 결론

 

 영상매체의 등장이 활자매체를 멀리 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허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영상매체를 통해서 받아들일 것이 따로 있고 활재 매체로서만 가능한 것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을 따분하고 골치 아픈 것 정도로 생각하는 아내일수록 외모를 챙기는 일에는 남보다 앞선다는 비난도 감수해 왔다. 

 그런데 남자들은 어떤가 하면 책 읽는 여성에게서 대단한 매력을 느낀다. 일 하는 여성, 또는 지적인 여성의 대표적인 매력은 역시 패션이나 화장품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고 책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렇다고 남자들을 위해서 책을 읽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여성, 발전하는 여성, 뭔가 이룩한 여성의 방에는 반드시 서재가 있다는 사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여성은 계속 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서 슬픈 결론 하나를 끌어내야 한다.

 즉 책을 읽지 않는 여성은 발전이 정지된 여성이고, 아무것도 이루지 않고 무너져 가는 여성이라고 하는 안타깝고 슬픈 결론 말이다.  

 그렇다면 책을 멀리 한 여성들은 스스로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적절치 못한 평가조차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원한 인물이 못되었음은 물론 어머니나 아버지가 원하는 인물도 못 되었다는 평가 앞에, 책 안 읽는 여성들은 항상 마주 서야 하는 것이다.   

 남편들이 아내에게 느끼는 불만 가운데 하나가 대화가 안 퉁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국에 관한 것, 남편의 직업에 관한 것에 이르면 아내하고는 완전히 탁 탁 막힌 벽이라는 것이다. 

 

 대화가 막히면 사랑도 막힌다. 대화가 끊기면 미안하지만 사랑도 끊긴다. 그런 아내의 남편이 그 아내를 존중할 수 있느냐 하면 현실적으로 절대로 아니다. 

 DJ가 이희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서슴 없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라고 쓸 수 있었던 것도 평생 책을 놓지 않고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 가는 이희호의 삶에 자세를 존중해서였을 것이다. 

 

 

              나쁜 것을 좋은 것으로 바꾸기를 시도하라

               마음이란 풀어놓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피곤하다,시

               간 없다, 나중에 하지, 등의 이유로 자기 스스로를 

               방임하기 시작할 때, 미혼시절 그 매력적인 여자는

               어디로 가고 펑퍼짐하게 퍼진 아줌마만 남는다.

 

       재산 목록 제1호     

 

  미국의 대표적인 여권 운동가이며 ‘여성행동 동맹’의 공동창설지이기도 하고 저 유명한 여성잡지 ‘미즈’의 창간자이기도 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 가운데 하나로 선정 되는 등 미국 여권운동의 대모격인 여자. 

 ‘미즈’ 는 창간 10년 만에 전세계 선진국의 학교와 은행과 공항과 호텔의 인명부에서 ‘미스’와 ‘미세즈’를 집어 던지고 ‘미즈(Ms)’로 통일하는 대업적을 이룩했다.  

미혼이건 기혼이건 ‘미스터’로 통하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만 기혼 미혼에 따라 달라졌던 명칭을 통일함으로서 전세계의 여성잡지 관계자들을 부럽게 했다. 

 ‘뉴욕 타임즈’, ‘에스콰이어’, ‘글래머’, ‘의 프리랜서를 하는 등 평생을 잡지와 가까히 하며 자기의 뜻을 크게 편 스타이넘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여자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 결혼도 여자의 궁극목표일 수도 없다. 결국 ’자아발견‘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리고 온갖 활동적인 것보다 내가 가까히 한 많은 책들이 나의 목표를 위해서 나를 전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로리아 스타이넘은 항상 책 속에서 살았다. ‘비치 북’,‘내부로부터의 혁명’, ‘한 여성의 힘’ 등 몇 권의 책을 저술한 스타이넘은 책이 자기를 형성했다고 후배기자들에게 말하곤 했다. 당연히 그녀의 재산 목록 제 1호는 책이었다. 

 이희호에게 물어도 재산목록 제 1호는 책이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아 본 적이 없다는 이희호는 DJ를 만난 것 자체가 책이 인연이었다. 

 이화여고 시절의 그녀를 추억하는 사람들, 이화여대나 서울 사범대학 시절의 그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희호의 책과 활달한 성격과 폭 넓고 능숙한 대인관계를 들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것이었다.

 선물도 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읽은 것 가운데 감명 깊은 책일수록 아끼게 마련인데 이희호는 아니었다.

 읽어서 감명 깊은 책을 자기가 아끼는 사람에게 꼭 읽으라는 당부와 함께 선물하곤 했다.

 소유함으로서 책의 애호가 되는 것이 아니고 넓게 읽히게 함으로서 책의 애호가가 된 사람이 이희호다. 

 

▲ ‘책 많이 읽고 공부 잘 하는 얼굴 예쁜 서울 내기’라는 별명을 갖게 될만큼 책을 평생 가까히 했던 이희호가, 그 책 없이 DJ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 운영자

 


      뒤로 쳐지기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하고 있다,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변해 있는 것이 세상이다. 

 개혁주의자 내지는 급진주의자들은 항상 사회를 앞장서서 끌어가고 있음을 주특기로 한다. 자기가 사회보다 항상 앞장서고 있다고 믿는 가운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다 보면 뒤에서 쫓아 오리라 믿었던 사회가 자기보다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종래의 급진주의자적인 입장에서 후퇴하여 사회와 체재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면 보수주의자가 될망정 낙오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가 한 시대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인간의 영원한 양식이라는 책과 멀어져 가지고는 참된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DJ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로 들어갈 때 무엇을 가지고 들어가느냐를 따질 때, 책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말 할 수 없었다. 가지고 들어가는 짐 중에 책이 제일 많았다. 

 약 2만권의 책이 5톤 트럭으로 40여대가 넘었지만, 그 책의 주인들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서 아무도 이견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희호는 DJ가 수감생활을 할 동안 책 사대기도 바빴다. 오는 편지마다 영치시켜 달라는 책의 목록이 적혀져 나왔다. 책에 관한한 DJ의 기억력은 비상해서 집에 있는 책은 꼭 ‘집에 있음’이라는 단서를 부치기도 했다.

 DJ는 수감생활과 연금생활 동안 하루 평균 10여시간의 책을 읽었다. 이희호 역시 시간적으로 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독서로 찢어진 마음을 달래고, 망해 가듯이 변해가는 세상에 흔들리지 않기를 기원했다.

 어떤 경우에도 이희호가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의연할 수 있었음은 그녀가 손에서 놓지 않은 책과 무관하지가 않다. 

 “신중한 행동, 깊이 있는 교양”이라고, 같이 투쟁하던 수감자 가족들의 그녀에 대한 평가와 소감도 책과 무관하지 않다.

 시간이 없다, 피로하다, 나중에....등의 이유로 책을 가까히 하지 않는 습관에 빠진 여성들은 어느 날 문득, 미혼 시절의 매력은 간 데 없이 몸과 마음이 다 같이 펑퍼짐해져 버린 아줌마를 스스로의 거울 속에서 발견하지는 않는가? 

 

▲ DJ가 독재정권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와중에서도, 감옥에서도 DJ는 손에서 책을 놓아본 적이 없다. 이희호 역시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았다. DJ 가 항상 이희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이라고 부른 것도, 이희호가 끊임 없이 책을 통해 자기자신을 연마하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 운영자



               말 한 마디로 세계를 바꿀 수도 있다     

               지금의 인생을 자기 뜻에 맞는 이상적인 것으

                 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능력, 그리고

                 어떤 노력보다 마음 자세를 적극적으로 갖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은 난세라 더욱 그렇다. 

 

1년에 20--30권만

 

 책 얘기만 끄내면 눈물 흘리는 여자도 있다. 결혼 후 책과 멀어진 생활은, 바로 꿈과 이상을 멀리 한 때문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소녀였고 국문과 출신이었던 그녀는 결혼 후 책 대신 똥 기저귀를 만지는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고도 싶었다.

 때로는 남편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돈이 생기면 옷을 해 입거나 악세서리를 사는 대신 책을 사곤 했다. 남편은 그러는 아내를 비웃었다.               

 “네가 무슨....”하는 투였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에게 ”네가 무슨...“하고 있다. 

 그에 구애 받음이 없이 그녀는 셋방살이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아이를 셋이나 기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40대 후반에 이르러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작가가 되었다. 남편은 그제야 아내를 다시 보고 자기는 가져 볼 생각도 않던 서재를 아내에게 새로 지어서 선물했다. 

 또 하나의 경우는 남편은 대졸인데 아내는 고졸이라는 학력으로 해서 생긴 갈등의 멋진 해결이다. 고졸 아내는 항상 남편에게 주눅이 들려 살았다. 남편은 그렇지 않은데도 무시당한다는 자격지심이 떠나지를 않았다. 

  필자가 KBS 생방송 중 무슨 방법이 없느냐는 상담을 받고 “1년에 20권--30권 씩 5년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지금 남편과의 대화에는 어떤 문제에고 자신이 있다. 그 정도의 독서라면 학력 격차는 쉽게 해결된다. 

 부부싸움 끝에 친정으로 가는 아내들을 경멸하고 싶다. 친구네로 가거나 시집으로 가는 아내들을 동정하고 싶다. 

 부부싸움을 하거든, 그리고 멋지게 해결하고 싶거든 서점으로 가라. 아니 부부싸움만이 아니라 인생의 어떤 괴로움이 그대를 괴롭히더라도 서점으로 가라. 

 거기에  친정어머니나 친구가 해결 못해주는 인생의 온갖 열쇠가 다 들어 있다. 

 끊임 없는 자기 계발과 자기 연마는 책으로 하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다. 

 말 한 마디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책 몇 권으로 팔자를 바꿀 수도 있다. 

지금은 상황 바꾸기를 시도해야 할 때, 어지간히 브랜드 있는 속 옷 한 벌이면 책 몇 권은 충분히 산다. 노래방에 가서 1시간 노레 부를 돈이면 남편과 잘 지내고 남편을 도와 줄 수 있는 책을 2권이상은 살 수 있다. 

  난세의 유일한 스승인 책을, 아내여, 이제 멀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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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김재원(여원뉴스 수석칼럼니스트)의 저서  '이희호의 메이 아이 헬프 유?' 를 바탕으로, 저자 김재원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매주 월요일에 게재되고  D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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